일상

무더운 날, 시원한 박물관 나들이 – 국립공주박물관 방문 후기

lafortune 2025. 6. 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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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둘째 주 일요일, 폭염 수준의 더위에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시원한 실내 나들이로 국립공주박물관을 다녀왔어요. 😊

 

백제의 역사를 품은 박물관이라니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특히 공주는 백제의 고도(古都)였던 만큼, 무령왕릉에서 나온 보물들을 직접 볼 생각에 기대를 가득 안고 출발했어요.

 

 

박물관에 도착하니 푸른 나무 그늘이 드리운 산책로 끝으로 모던한 건물이 반겨주었습니다.

 

 

입구 앞 광장에는 커다란 진묘수 석상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것은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로, 무령왕릉에서 나온 진묘수를 7배 크기로 확대 제작한 모형이라고 해요.
뿔이 달린 머리와 날개 달린 몸체를 가진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면 무덤을 지키고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이렇게 커다랗게 만들어 박물관 수호신처럼 세워둔 센스가 재밌었어요.

 

건물 정면에는 국립공주박물관이라는 간판이 금빛으로 쓰여 있고, 오른쪽에는 어린이 체험실 안내 표지판도 보여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입구는 계단을 조금 오르면 바로 1층 로비와 연결되는데요. 유모차나 휠체어용 경사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로비 한켠에는 안내 데스크와 간단한 기념품 코너가 있었고, 시원한 냉방이 확 느껴져서 “아, 오길 잘했다!” 싶었네요.

(국립박물관 상설전시는 대부분 입장료 무료이고, 공주박물관도 예외 없이 무료였어요 . 주차장도 규모가 넓고 무료라서 가족 여행으로 오기에도 부담 없답니다 .)

 



박물관 입구 입장 시 보이는 전시물



1층 웅진백제실 – 무령왕과 백제 유물



1층 상설전시인 웅진 백제실에서는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공주) 시대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것은 백제 25대 무령왕의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었는데요. 왕관을 쓰고 무령왕의 흉상을 보니 1500년 전 백제의 왕실이 눈앞에 살아난 듯 했어요. 이곳은 무엇보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로 가득한 박물관의 핵심 공간이라고 합니다.

 

 

무령왕릉은 백제 왕릉 중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고 훼손되지않고 발견된 무덤이라서 출토된 유물도 양과 질 모두 엄청났다고 해요 . 그러니 이 왕릉의 주인이 바로 무령왕 부부임을 알려주는 지석(誌石)부터 금은보화 같은 부장품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웅진백제실인 것이죠.

 

 

가장 눈길을 끌었던 유물 중 하나는 “왕의 관 꾸미개”, 즉 무령왕의 금관 장식품이었어요. 얇은 금판으로 만든 두 쌍의 장식인데, 왕이 생전에 쓰던 관모(冠帽)에 양 옆에 꽂았던 꾸미개라고 합니다.

 

화려한 곡선 문양과 뾰족하게 솟은 불꽃 모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어 “과연 왕의 보물답다!” 하고 감탄했네요. 실제 크기는 손바닥보다 크고 높이는 30cm 정도로 제법 큰 편인데도 금속을 그렇게 얇고 정교하게 만들었다니 백제 금공技術의 뛰어남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이 금제 관꾸미개는 1971년 무령왕릉 발굴 당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국보로 지정되어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가 되었을 정도로 가치가 크다고 해요 . 유리 진열장 안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금빛을 보고 있으니, 1500년 전 왕실의 영광이 눈앞에서 빛나는 듯 했습니다.

 

 

무령왕릉 목관과 부장품들을 재현해놓은 전시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시실 중앙에는 무령왕과 왕비의 나무 관(棺)이 복원되어 나란히 놓여 있었고 , 그 앞에는 무덤을 지키던 진묘수 원본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아까 입구에 있던 큰 진묘수의 실제 크기 진짜 유물이 바로 이 조그만 석수 조각이지요. 비록 크기는 작지만 머리의 뿔이나 몸통의 날개 같은 디테일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이 친구가 왕과 왕비를 지켜줬겠지?”하며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그 주변으로는 출토된 금귀걸이, 목걸이, 은팔찌 같은 장신구들과 오수전이라 불리는 청동전화폐, 무늬가 새겨진 청동 거울, 그리고 금동신발까지 다채로운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금동신발은 왕이나 왕비의 발에 신겨졌던 것으로, 앞코 부분이 뾰족하고 바닥에는 연꽃 무늬가 뚫려 있는 등 디자인도 화려했어요. 실제 사람 발 크기 정도의 금빛 신발을 보니 “과연 왕릉의 부장품답게 고급스럽구나” 싶었습니다.

 

1층 전경

 

무덤에서 나온 모든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배열해두어 작은 백제 왕실 보물창고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1층 전시실을 마무리하며 보았던 문구,

“삼한 가운데 백제가 가장 강하고 문화가 발달하였다.”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삼한(三韓)이라 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를 이야기하는데, 역사책에서 자주 보던 그 익숙한 문구가 전시실 벽에 크게 쓰인 걸 보니 새삼 그 의미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역사 속 백제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한 마디였던 것 같아요. 특히 정약용 선생님께서 직접 남기신 말이라고 하니, 백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역사적 자긍심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층 충청남도 역사문화실 – 다양한 시대의 유물

 



2층으로 올라가면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이 펼쳐지는데요.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서 뜻밖의 귀여운 발견을 했답니다.

 

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이 마치 낚시를 하는 듯 앉아 있었어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부분인데, 이런 소소한 장식 하나에도 박물관의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아이도 “엄마, 저기 낚시하고 있어!”라며 재미있어 했고, 덕분에 미소 지으며 즐겁게 2층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답니다. 이런 작은 유머와 센스가 박물관 관람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아요!

 

 

 

2층 충청남도 역사문화실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충남 지역의 역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었어요 . 1층이 온통 백제 이야기였다면, 2층은 시간 여행을 하듯 시대별 유물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선사 시대의 뗀석기나 청동기 시대의 간돌검부터 삼국시대의 토기와 철기, 그리고 고려·조선 시대의 불상과 생활用品까지 골고루 있었어요.

 

한쪽 코너에는 공주 관촉사 미륵불로 유명한 큰 석불의 복제품도 보여서 지역 불교문화도 엿볼 수 있었답니다 .

 

 

 

 

 

우리 가족의 눈길을 특히 끈 것은 고대 무기와 갑옷 장식 코너였습니다. *“철, 강한 나라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제목의 전시 패널 아래로 각종 철제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녹이 슨 긴 철제 칼들과 끝이 뾰족한 창촉,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한 화살촉들이 주르륵 진열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칼은 손잡이 끝에 고리 모양이 달려 있고 용머리 같은 장식이 남아 있었는데, 백제의 뛰어난 공예 감각을 느낄 수 있었지요.

 

 

또 일부 전시품 옆에는 만져보기 체험 코너가 있어서 석기나 자기 복제품을 직접 만질 수도 있었는데, 아이에게 새로운 체험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어려운 역사도 훨씬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박물관 내에는 별도로 어린이 체험실도 운영 중이었는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미리 예약하면 좋다고 합니다. 체험 대상은 초등학생 2학년까지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모두 체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시간상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체험은 무령와 관련 퀴즈풀기, 왕과 왕비 얼굴 그려보기, 유물체험등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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